Desultory remark

[연극_프랑켄슈타인] 인간...원죄...

worldly 2014. 10. 19. 22:55

Frankenstein


일시: 2014. 10. 19. Sun. 늦은 3시

장소: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캐스팅: 박해수(창조물), 이율(프랑켄슈타인), 정영주 (드레이시, 마담 프랑켄슈타인) etc.


2014년은 프랑켄슈타인의 해라고 일컬을 만하다...

창작 뮤지컬을 시작으로 영화, 연말에는 연극..

뮤지컬의 경우 괴물은 인간미가 물씬 나는 동정표를 던질 수 있는 피조물이었다면...이번 연극에서의 피조물인 괴물은... 인간의 추악하고 더러운 부분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인간미가 아닌 진짜 인간인 괴물.

원죄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스스로 원죄를 만들어 가는 괴물..

인간이 실락원에서 지옥을 선택했다면 괴물은 지옥에서 실락원을 향해 나가고 싶어 한다.

어쩌면 인간의 진정한 추구는 이 지옥같은 삶을 진정한 행복, 영생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

원작 프랑켄슈타인을 읽지 않았지만..

연극 속의 괴물은 인간의 나쁜점을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무서운 학습성을 가진 모방법이다.

주인에게 배운 거짓말을 배우자 마자 그대로 갚아주는 응용성.

이 극을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속이 조금 매스꺼웠다..

진짜 추악한 인간의 내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한없이 불편할 뿐.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는,원작자 닉 디어 (Nick Dear)의 각색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가히 극을 관람하는 관객의 혼을 빼갈만큼 치열했다.

특히 창조물역 괴물의 처절한 몸부림은 손떨림 하나에도 배우의 치밀한 계산이 내재했기 때문에 더 빛을 발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괴물. 믿고 싶어하는 괴물. 그 괴물을 괴물취급하는 창조주, 자신의 과학적 자산에만 집착하는 빅터.

창조물을 교육시켰던 장님 할머니 드레이시. 그리고 괴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프랑켄슈타인의 약혼자 엘리자베스...

각 요소를 치밀하게 연극하는 배우들의 세시한 모습은 한시라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또한 토월극장의 장점인 무대의 다양한 변형을 최대한 이용하는 장치 또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쉬는 시간도 없고) 장면을 멋지게 전환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완벽한 암전 효과를 단 한번 사용했다는거...제일 마지막 무대인사 전에...

그만큼 장면 전환이 매우 부드럽고 이해가능한 fade out이었다.


음악도 많이 신경써서 연극인데도 불구하고 곳곳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적절하게 이룬것 같다.

전반적으로 매우 잘 만들어진 한상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