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 아저씨
2013. 11. 23. (Sat.) 오후 3시
명동예술극징
Casting: 이상직(바냐,이반), 한명구(알렉산더), 정재은(엘레나), 이지하(소냐, 소피아), 박윤희 (아스트로프), 백성희 (마리아), 이정수(일리아 이리치), 황정민(마리나), 유시호(일꾼)
"숲속의 정령"을 안콘 체호프가 각색한 극.
장편의 러시아 문학을 단 2시간으로 압축 시켜, 특유의 러시아 문학의 축~ 처진듯한 느낌이 드러나도록 바꾼 극.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원작을 읽지도 않고 줄거리도 훑어보지 않고 시작해서 조금 진부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등장인물들의 개연성도 조금 많이 부족한듯 하고...
간단하게 줄거리를 살펴보면, 교수였던 알렉산더는 젊은 부인 엘레나와 함께 퇴직 후 전부인의 영지로 이사온다. 이 척박한 영지는 딸 소냐와 그녀의 백부 바냐가 경작하고 근근히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도시인들의 출몰로 인해 조용한 시골생활은 뒤죽박죽이 된다. 특히 바냐는 이 젊은 부인 엘레나에게 끝임없는 구애를 하고, 6년간 소냐가 짝사랑한 옆마을 의사 아르스토프 조차도 젊은 부인의 매력에 푹 빠져 결국 그녀에게 도망가자고 이야기 한다. 이 지루한 시골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교수는 영지를 팔자고 하고, 이 말에 충격받은 바냐는 총기 소동을 일으키고 자살을 하려 하지마 소냐와 그의 친구 아르스토프 때문에 포기한다. 결국 바냐는 이 곳을 떠나는 교수와 엘레나와 화해하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내용이다.
무대는 시골스런 모습을 너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아 나름 마음에 들었는데 막사이 마다 암전이 조금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숲을 이야기 하며, 사람이 파괴하고 타락하기 때문에 숲은 점점 매말라 간다는 이야기는 깊이 공감하였다. 특히 풍성했던 나무가 막이 지나갈 때 앙상하게 바뀐 것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냄과 동시에 사람의 마음또한 나무처럼 말라버렸음을 잘 보여주었다.
지루할 수 있는 단조로운 톤의 연극대사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질때는 일리아 이리치 찔레나의 기타소리로 환기시키기도 했으며, 가장 정상적으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소냐의 유모 마리나 때문에 다행히 모든 복잡한 관계가 정리되는 듯 했다.
소냐와 바냐는 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아름다움에 눈은 멀었지만 숲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의사선생님 덕분에 자연의 귀중함을 생각할 수 있었다.
조금 다른 작품을 생각해 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이 '타라'를 끔찍히 여기며 만약 이 땅이 존재하는 한 내일의 태양은 계속 뜰거란 희망의 메세지와 펄벅의 "대지"에서 나타나는 인간과 땅의 유대관계는 다시 한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땅이 있는 한... 인간의 역사는 계속 될것이며, 이 땅이 그 기능을 상실하는 즉시 인간 또한 땅과 함께 그 존재감을 잃어갈 수 있는 것이다...농업이 등한시 되고 점점 도시화와 현대화가 계속되는 이 삶에서.. 우리는 30년 안에 식량부족 상태를 겪을 것이고, 우리의 후손들은 사막화된 땅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우주로 떠돌아 다녀야 할지 모른다...
이런 시대... 바냐 아저씨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몸부림은 무엇이었을까...?
삶에 대한 무료함...포기... 타락... 교수의 말처럼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여담-------------------------------------
갑자기 방문하신 부모님 덕에 본 연극... 덕분에 저녁에 뮤지컬까지... 하루에 두번 관극을 진행하는 것은 체력 또한 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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