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RED (by John Logan)
2014. 1. 5. Sun.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캐스팅: 강신일(Mark Rothco), 강필석 (Ken)
한마디로 대박! 작품이다.
2010년 토니상에서 최우상 작품상, 연출상, 조명상, 음향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조연상등을 수상한, 우수성이 이미 상으로 인정된 작품이다. (수상실적이 없다고 다 나쁜 극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이미 초연을 강신일, 강필석 배우들과 만들어졌던 극이고, 다시 한지상배우를 포함하여 화려하게 돌아왔다. (박명성 연출)
마크 로스코는 1900년대 살았던 추상표현주의자의 대표적 화가로 수평구도와 절제된 선과 여러겹 덧칠해진 밑그림에서 사람들을 생의 본질로 소환시켰던 예술가이다. 이 연극은 이러한 로스코가 1958년 시그램 빌딩의 Four seasons 레스토랑에 걸 벽화를 제작하다 결국 그 계약을 화가 자신이 파기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 이다. 시그램 빌딩은 뉴욕 52번가에서 화려한 상류층들이 과시욕으로 즐기던 곳으로 로스코가 그런 곳에 벽화를 제작한다는 자체가 굶주린 예술가의 혼에 어긋난 선택이라는 켄의 대사처럼, 로스코는 계약파기와 함께 다시 자신의 Red로 돌아간다.
로스코는 이 일을 받아들인 것이 백만장자들 처럼 물질에 굶주린 사람들을 비웃어주기 위해서 였다고 하는데, 결국 그는 그의 혼이 담긴 그림들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자신의 혼을 돈에 팔지 않고 다시 예술가로 돌아선다. 이러한 과정이 있기까지 조수인 켄의 무지함과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자아로 자신의 변함 모습을 투영하고 잃어버리려 한 레드를 블랙 속에서 다시 찾았다.
솔직히, 레드는 살아 숨쉬는 역동의 힘이오, 블랙은 죽음, 비극을 의미한다는 것은 켄의 대사처럼 진부한 낭만주의적 발상이지만, 한 예술가가 처음에 가졌던 꿈을 시간에 따라 퇴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처음처럼 지켜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붉은 피가 심장을 돌때에는 너무나 선명하지만, 이미 심장을 떠나 우리의 몸 밖으로 나왔을 때는 서서히 시간에 따라 검게 변하게 되고, 검은 피는 더이상 살 수 없는 죽음의 의미로 변화된다. 로스코의 말처럼 우리는 그림으로써 생각하고 그 생각하는 시간동안 공간을 형성하며, 그 공간을 살아가고 있다.
물리학적으로 시간은 하나의 방향성 만을 가진다. 절대 뒤로 감을 수 없으며, 점점 숫자가 커지는 쪽으로 향하는 (이것도 우리의 정의지만,) 직진성이다. 이러한 시간이 만들어 내는 공간을 우리는 세가지 좌표로 나누어 표현하지만 결국 시간이 증가하는 쪽으로 공간도 확장해 나간다. (물리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시간과 공간의 관계성은 0 이지만...) 어쩌면 우주가 점점 확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연관성 때문이 아닐지 추축해본다. 공간이 점점 확장해 가면, 중심에 모여 있던 힘들은 점점 약하게 되고, 일정 순간이 지나면, 그 힘이 끊어지거나, 고무줄의 탄성같이 다시 돌아가려는 힘에 의해, 수축이 되고 공간이 순간 축소되며, 방대한 범위를 장악하던 힘은 좀은 공간에서 큰 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러한 공간이 새로운 공간을 재창조하는 순간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공간 속에서 앞으로 나가는 방향성을 가지고 계속 전진한다. 비록 우리가 전진한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여러 방향으로 갈팡질팡하지만, 결국 Net (알짜)를 따지면 결국 삶은 죽음이란 방향으로 꾸준히 계속적으로 달리고 있다.
레드인 피가 심장을 떠나 동맥을 통해 정맥으로 다시 돌아오는 순환적인 구조와 다르게 우리 인간의 레드는 점점 그 색이 붉어져 점점 짙은 검은색으로 수렴한다. 하지만, 한순간이라도 검은색으로 다시 돌아가는 레드가 될지라도 우리는 레드로 살아야 하고, 레드로 남아야 하며, 레드를 지향하며 달려야 할 것이다.
역사는 흥망성쇄의 가도에서 계속된다. 반복적으로 아버지를 뛰어넘는 아들이 태어나고, 스승을 앞질러버리는 청출어람의 제자들이 이 세상이 죽지 않는 상태로 순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내가 물리학을 택한 이유는 이 삶의 중심이 되고 싶어서 였고, 물리학의 중심이 아니라 물리학을 응용한 나의 꿈,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기 때문에 택한 길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더 것이 문득 가슴 한편에서 떠올랐다. 삶의 근원, 생의 근원을 찾고 싶어 물리학을 원했고, 인지하는 메카니즘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난 물리학이란 학문의 수단을 택했던 것이다. 삶은 이렇듯 목표와 그 레드가 숨쉬고 있을 때만이 살아서 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 방향으로 가려는 힘이 곧 삶의 에너지로 변화되어 삶의 질을 바꾸고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난 로스코를 통해, 내가 가야할 길을 다시 생각하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다시 내게 물으며, 잊어 버렸던 내 과거를 다시 회상하고 내가 가고 싶은 미래를 꿈꾸며, 내가 살아가야할 현재를 진정으로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레드는 나의 삶의 물음이오, 이 물음이 내게 더 큰 질문을 던질 지라고 끝임없는 질문속에서 나는 성장할 것이며, 이 성장이 멈추는 그 날까지는 난 그 방향으로 확장되어 갈것이라.
연극 레드는 현재 방황중이고 잃어버릴 수 있는 가진것이 없는 나에게 남은 vision을 밝혀주는 관점(조명)에 따라 바뀌는 하나의 비상구 표시등이 아니었을까 싶다...
색깔이 주는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을 부여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그 자체가 우리가 빛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그 메카니즘 근본이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앞의 세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세대를 더 깊이 알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할것이란 대사처럼, 선행자에 대해 더 심오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고 곱씹는 자세를 항상 염려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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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진 촬영은 안돼는데, 그 강렬한 붉은 색이 너무 마음에 들어 어셔 뒤에서 살짝 실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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